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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날씨

잡동사니 2008. 5. 11.
  요즘 환절기답게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한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감기도 유행이고 저도 그 유행에서 벗어날 수 없었답니다. 이렇게 날씨가 쌀쌀해지면 할머니께서는 항상 '쓸쓸'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쌀쌀'하다고 하지 않으시고 '쓸쓸'하다고 하시는 게 할머니의 언어 습관이지만 왠지 씁쓸해지네요.
  3년 정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남들이 참견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혼자 살다보니 조금 더 개인주의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주말 마다 집에 오면 할머니께서 항상 밥 먹었느냐고 말씀하시는 것도, 외출할 때마다 어디 가냐고 여쭤보시는 것도 귀찮았습니다. 물론 저를 생각해서 하시는 말씀이라는 걸 알지만 너무나 신경쓰시는 모습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그런 것 좀 그만 물으시라고 말씀드리기까지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참 민망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네요.
  할머니께서는 저와 대화를 시도하신 것인데 공통의 관심사가 없으니 대화가 진전되기는 어려웠습니다. 사회, 경제, 문화적 환경이 급격히 변해버린 한국의 세대 간 단절 이상의 거리가 있거든요. 그래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어렵고 진전시키는 것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비단 할머니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하구요.
  다만 어머니께서는 몇년 전부터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운동도 다니시고 사람들도 자주 만나러 가시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니 가족에게도 여유있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할머니에게서도 제가 사소한 이야기를 꺼내면 기꺼이 받아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쌀쌀'하지만 '쓸쓸'하지는 않을 가능성을 조금은 엿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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