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회사가 선릉역 근처에 있었던 시절에 가끔씩 들리던 생각이 나는 음식점입니다. 바로 3대째 내려오는 이북음식으로 유명한 평가옥입니다. 어복쟁반도 유명하지만 직장인들 점심으로는 온반이 최고였습니다. 각종 재료가 들어간 뜨끈한 국물과 밥 한 그릇을 먹으면 양도 푸짐해서 그 순간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양식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국밥보다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는데, 쇠고기(또는 토종닭) 뿐만 아니라 버섯, 육전, 만두, 당면사리와 각종 야채 등 종류만 해도 꽤 많죠? 양도 넉넉하게 들어가서 온반을 먹으면서 양적으로 부족함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평가옥이 여기 저기에 분점을 많이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얼마 전 주말에 여의도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근처에도 평가옥이 있길래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동안 평가옥 온반을 먹고 싶었는데 갈 일이 없어서 못 먹다가 오랫만에 가게 되니 설레었습니다.
메뉴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가격은 예전보다 많이 올랐네요. 예전에도 저렴한 편은 아니었는데 여전하군요. 어쨋든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던 부분이라 먹고 싶었던 온반 2개를 시켰습니다. 성인 둘에 아이 하나였는데 양이 많으니 2그릇이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쇠고기 온반이 먼저 나왔습니다. 비주얼은 예전과 다를 게 없네요. 국물에는 양념이 들어가 있지만 강한 편은 아니고 입맛을 돋궈줄 정도의 맛입니다. 뜨끈한 국물과 쇠고기, 만두, 육전, 버섯 등의 다양한 재료를 함께 먹으니 몸에 활기가 돌고 다양한 재료를 골라서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비주얼에서도 느껴지지만 강렬한 맛을 선사하기 보다는 슴슴하고 은은한 맛이 느껴지는 게 평양냉면 같다고나 할까요?
다음으로 토종닭 온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쇠고기 온반 보다는 토종닭 온반을 선호합니다. 이것도 예전과 맛은 변한 바 없이 맛있습니다. 그런데 양이 예전보다 적어진 것은 느낌적인 느낌일까요? 만약에 온반을 드시게 된다면 만두는 매우 뜨거우니 별도 그릇에 덜었다가 조금 식은 뒤에 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온반이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맛이 생각나면서 입맛을 다시게 됩니다. 마치 맛있는 평양냉면을 먹은 가수 김현철이 그 맛이 생각나서 양치질도 일부러 안하고 잤다는 얘기처럼요. 또한 이번에 평가옥에 갔을 때 먹지는 못했지만 어복쟁반도 매우 맛있습니다. 특히 술 안주로도 잘 어울려서 회식에도 좋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격이 다소 올랐다는 점과 양이 이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음식 자체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맛이기 때문에 다음에 또 먹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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